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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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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84회 작성일 19-09-04 10:25

본문



나는 말이지, 산천을 수 놓았던 그 꽃들을 기억해. 험궂은 땅, 바위 틈 속마저 온통 주황빛깔이었지. 구릉 위 오두막집을 짓고 살던 할아버지 수염까지 온통 주황빛 분꽃이 으스름을 쓰다듬고 있었어. 개울물 조올졸 참새가 부리에 새싹 틔우던. 흙먼지 묻은 바지를 닦으러 개울로 내려가면 온통 마음에 활짝 펴진 햇빛뿐이었지. 하루를 혼자 울던 뻐꾸기 소리뿐이었지. 분꽃은 바위 속으로 잠겨들어가 외롭지도 않았나 봐. 네 정수리 위에도 분꽃을 피우던 그 칠월은 칠월 내내 네 뒤만을 쫓아 다녔지. 산천을 뛰다니느라 흙먼지 풀씨 꽃가지 묻은 네 치마에 칠월이 불타는 영상으로 남아 있었지. 파란 하늘이 산비탈을 헛디뎌 굴러 떨어지는 일이 잦았지. 청설모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뛰어 다니느라, 잣나무 잎 속에서는 근질근질한 훈풍이 부러진 다른 가지를 안으며 차분한 표정이 구름이 비해 낮지도 높지도 않았지. 그래서 손금 닳은 분꽃이 내 마음에 사철 피어있나 봐. 흙의 마음 바위의 외로움이 그대로 생명으로 전이되어 버린. 누가 이만 떠나가거라 하고 속삭이지 않아도, 산등성이도 언덕도 비탈길도 바위와 황무지도 모두 잔잔한 황홀 속에 정지해 있는 것이었어.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그때나 지금이나 누추하지. 사방이 분꽃으로 포위되어 있던 그 날을 기억하는 마음 위에, 네가 살고 있는 또다른 누추한 집이 담장을 낮추며 조찰하게 숨어 있는 그 그늘 속. 너는 작은 정원에서 시를 가꾸며 가끔 파도를 흔드는 언어의 향기 속에서 투명한 몸으로 읽혀지지 않는 책장을 넘기고 있는 것이겠지. 그 무한을 다 넘겨 버리기 전까지, 시간은 흐려지지 않는 유리 같아. 그래, 사위에 자욱한 너는 자주 나뭇가지 속에 숨었지. 그러니까 늘 멈추지 아니하고 개울물 속으로 구름 지나가는 뒤로 도망가 버리는 것이었어. 도랑에 기댄 분꽃이 내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지. 바위조차 주황빛 결을 곱게 햇빛에 내주며 잔바람에도 하늘하늘 닫힌 문과 높은 담장 너머를 못 견디게 간질이는 것이었어.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가 분꽃을 지켜 봐 준적이 없는데도
분꽃은 온세상을 온통 주황색 빛으로
쓰다듬어 주네요

고맙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을 가다가 길가에 분꽃들이 핀 것을 보았는데, 어릴 적 애지중지 분꽃 꽃씨들을 심어서 가꾸던 기억이 나서 적어 보았습니다. 집 앞에 황무지하고 산등성이가 있었거든요. 분꽃이 생명력이 강한지 제가 심었던 분꽃이 엄청 퍼져서 나중에 산천을 물들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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