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요흐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융프라우요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5회 작성일 19-09-07 09:33

본문



고도가 높아 고산병이 오기 쉽다는 융프라우요흐. 

저 멀리 웅험(雄險)한 봉우리까지 금속성의 풀잎들이 날을 세우고 질주해 나간 고원(高原)에서 소녀를 만났다.  


바람이 풀잎 사이를 돌아도 형상이 모이지 않았다. 

소녀는 바흐알프호수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흙 한 줌 남아 있지 않은 파르란 바위의 벽, 얼음과 적설층 사이로 오솔길이 보였다. 


미세한 얼음의 세포 속에서 옅은 사과향기가 났다. 

삐그덕거리며 육각형의 눈의 결정(結晶)이 문을 여닫는 소리도 들려 왔다. 


물이 뚝뚝 흐르는 소녀의 무릎 아래가 푸르딩딩하게 부풀어 있었다. 

하얀 돌 같은 것이 내 그림자 위에 얹어져 있는 것처럼. 


까마귀가 노란 꽃잎을 물고 날아가 버린다. 

바위벽 틈 둥지에서 죽어 버린 새끼새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보랏빛 혀 위에 노란 꽃잎을 짓이기려.  


저 너머 어딘가 죽은 나무들이 썩어 가는 향기를 품고 흘러가는 빙하가 있다고 했다. 


질주하는 유빙(流氷)이, 침몰하는 폐선(廢船)의 비명을 반사하고 있는 협곡이 있다고 했다. 

그것의 바닥 또 그 바닥으로 소녀는 걸어 들어갈 것이다.


호수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비췻빛 암반이 삼나무숲 따라 호흡하며, 

서리 내린 거을이 제 투명함을 흐릴까 두려워 세상으로부터 온갖 폭죽소리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잘린 다리가 남기는 혈흔마다 황홀한 꽃이 피어난다고 했다. 

소녀의 가슴까지 핏줄마다 향그럽게 얼어붙은 서리꽃이 햇빛의 구조물을 혈관 안에 지을 때, 

나도 그 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녀는 바흐알프호수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바위문 안에서 혼자 떨리는 구름. 

뱀의 혀를 곱게 땋은 수십 년 전 그 소녀, 호수 안까지 무사히 걸어 들어갔을까? 



댓글목록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융프라우요흐에 갔을 때 어느 한국인 여성이 바흐알프호수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나서 써 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소녀가 아니라 씩씩한 여대생이었습니다.

굉장한 금발미녀를 만난 적도 있는데, 열심히 밭을 갈고 있더군요 ^^

Total 34,628건 268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5938
거울 속 골목 댓글+ 10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9-16
15937
달맞이꽃 댓글+ 12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9-16
15936
달관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16
15935
수상한 이벤트 댓글+ 13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16
1593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09-16
15933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9-16
15932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9-16
1593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9-16
15930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9-15
15929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9-15
15928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9-15
15927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9-15
15926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9-15
15925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15
1592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9-15
15923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9-15
15922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9-15
15921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9-15
15920
뽕나무 영혼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9-15
1591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9-15
1591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9-15
15917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9-14
15916
바둑 댓글+ 2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09-14
15915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9-14
15914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9-14
15913
층간소음 댓글+ 1
신수심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9-14
15912
9월에 5 댓글+ 1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14
15911
보름달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9-14
15910
낙엽 댓글+ 2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09-14
15909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9-14
15908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9-14
15907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9-13
15906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13
15905
가을哀 댓글+ 5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09-13
1590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9-13
15903 소영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9-13
15902
추일서정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9-13
15901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9-13
15900
댓글+ 4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9-13
1589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13
15898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9-13
15897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9-12
15896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5 09-12
15895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9-12
1589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09-12
15893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9-12
1589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9-12
15891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9-12
15890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9-12
15889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9-12
15888
백일홍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9-12
15887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9-12
15886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9-12
15885
9월에 3 댓글+ 1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9-12
15884
아리랑 댓글+ 4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9-12
15883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09-12
1588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9-11
15881
별다른 아침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9-11
15880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09-11
15879 개도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9-11
15878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9-11
15877
고향 가는 길 댓글+ 2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9-11
15876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9-11
15875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9-11
15874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9-11
15873 Su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9-11
15872
보름달 댓글+ 2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09-11
15871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9-11
15870
어머니 댓글+ 5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11
15869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9-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