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연대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저수지 연대기
석촌 정금용
첨에는 실낱같은 개골
세월에 묶여 흐르지 못한
고일수록 신기해 자꾸 들여다본 청동거울이
차츰차츰 번져 나가
골나면 던진 돌멩이에 흩어지는 동심원에 갇혀
건너 산을 단숨에 당겨 물바다에 내꽂아 거꾸로 세워놓고는
벽화라 우겨대는 환쟁이로 변했다
흐릿하면 지우기 일쑤인
물감 없이 닥치는 대로 그려
쏟아지는 빛에 골몰하는 노출 심한 방에서
초점 맞춰 산수풍경, 인물 화조, 일상까지 넘치도록
비치는 사방에
미치는 모두를 담았는데
세파에 씻겨 하나도 남김없이
말갛게 지워져 산그림자 담긴 여백만 남아
회상에 능한 쓸쓸한 발길로 닿기 위해
종아리를 담갔는데 온몸이 드러나는 기이한 거울 속으로
빨려 드는
고향 언덕 코앞에 담배 한 대 참 거리
용이 살아 몰래 오줌 누다 들키면 큰코다치는
늘 푸른 첨벙대던 물놀이터
여태껏 그대로다
댓글목록
최경순s님의 댓글

포도송이에 맺힌 세벽 이슬이
청동거울에 비추니 송이송이 주렁주렁합니다
마치 한폭에 집약되어 그려진 저수지 풍경 잘 보고 갑니다
아침이 다 상쾌합니다
유년시절 용소라는 깊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 곳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 속에 굴이 있었는데 어른들 말씀이 용이 산다하여
극도로 무서워서 근처도 못갔지요
누구에게나 그런 추억은 하나 쯤 있지 않을까요, 하하.
어쨋든 유년시절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생~ 유,
즐거운 하루를 여시고
좀 있으면 우리의 명절 추석입니다
석묘도 하시고 벌초도 하시고
밤도 줍고 온 가족과 화기애애 활짝 꽃피우소서,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손바닥에 물이 들도록 움켜쥔 산 머루를
입안에 털어 넣었던 유년에 뜰이 허망한 글 속에서나마 모락거립니다
명절 풍성하시기 바랍니다, 달맞이도 넉넉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