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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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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92회 작성일 19-09-12 08:07

본문



어머니께서는

저 꽃이 백일홍이라고 가리키셨으나,

내게는 가느다란 가지 끝에 

살점을 뜯기고 간 여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름 바깥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느 여자아이가 바람을 맞으며 질주해 갔다.

아직 채 눈을 뜨지 못한 

갓난 고양이가 미요미요 하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백일홍이 혼자 흔들거렸다. 

어머니께서는 저건 봄이 얹혀 흔들리는 거야 하고

말씀하셨다. 

봄은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것은 그저 형체 없는 순수한 슬픔 같은 거예요.

나의 입을 빌어 백일홍이 대꾸하는 것이었다.

딱 백일 간만 

나와 함께 놀자.

돛을 편 배같은 것이 어머니의 말씀 속을 지나갔다. 

어머니의 발걸음을 뒤따라가며,

나는 그 발자국이 어떤 숭엄한 글자같은 것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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