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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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2회 작성일 19-09-12 08:07본문
어머니께서는
저 꽃이 백일홍이라고 가리키셨으나,
내게는 가느다란 가지 끝에
살점을 뜯기고 간 여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름 바깥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느 여자아이가 바람을 맞으며 질주해 갔다.
아직 채 눈을 뜨지 못한
갓난 고양이가 미요미요 하면서 그 뒤를 따라갔다.
백일홍이 혼자 흔들거렸다.
어머니께서는 저건 봄이 얹혀 흔들리는 거야 하고
말씀하셨다.
봄은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것은 그저 형체 없는 순수한 슬픔 같은 거예요.
나의 입을 빌어 백일홍이 대꾸하는 것이었다.
딱 백일 간만
나와 함께 놀자.
돛을 편 배같은 것이 어머니의 말씀 속을 지나갔다.
어머니의 발걸음을 뒤따라가며,
나는 그 발자국이 어떤 숭엄한 글자같은 것이라고 느꼈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묘사가 좋습니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보내시길,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잘 잘 쇠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