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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7회 작성일 19-09-14 00:49

본문




한밤중에 시를 쓰노라면, 

복숭아나무 잎과 아카시아나무 뿌리와 우리 집 지붕에 곱게 고인 빗물에 어룽거리는 눈썹만한 달이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소리 들려온다.


풀포기 안에 숨어서 얼굴 빠끔히 내민 채 

들릴락 말락 미요미요거리는 아기 고양이가 들려온다.    


윤기 도는 잎이 손톱만큼 자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눈이 소복 내리는 날 요절한 

누군가의 더운 머리카락이 책장(冊張) 속에 숨어 있다.


내 외로움 위에 묵직하게 얹어지는 

호롱불이 들려온다. 


불길보다 여백이 더 화안한 

그런 금줄같은 파동을 타고 어둠 안에 펄럭이는 

가로등 몸부림이 들려온다.


시를 쓰노라면 

적막 안에 모든 것이 드러내진다. 


복숭아나무 꽃잎이 얼마나 외로운지, 


등나무 넝쿨이 얼마나 우물 속으로 침잠해들어가고 싶어하는지, 


어미 고양이 한 마리가 차에 치여 배가 터져 죽었고, 


파아노 실력이 영 늘지 않는 윗충 안경 낀 여고생이

쇼팽의 녹턴을 치다가 소음 속에서 발을 헛디디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야 아니야 하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흰 벽과 폐렴의 사이에서 그대는 죽어 버렸다.


얼굴 덮은 불협화음같은 것을

혈관이 터져라 두 손으로 두들기며

나의 시는 그 문을 밝힐 뿐이었다고, 


바다가 몰려오면 몰려오는 대로 

경도와 위도 사이에서 그냥 떠서 흘러가 버릴 뿐인,


그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을 

나는 시로 옮겨 적지도 못하고 그냥 

정적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펜 끝이 가다가 멈추면, 

내 방의 사방 벽들이 조금 투명해졌다.

열린 창 밖으로 

달큰한 시취(屍臭)가 던져지는 어둠.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결한 언어와 묘사의 깊이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한 수 배우게 되네요.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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