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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5회 작성일 19-09-15 00:12

본문




그대 초상을 걸러 빈 벽을 찾았다.

아무 장식도 없는

흰 바람벽을.

그 어디에도 그런 벽이 존재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혼자서 그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양동이에 달아오르는 흰 회반죽.

그러다가 깨달았다.

고립된 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벽은 이어진 담장들의 연장선인 것을.

 

나는 벽 대신

높은 담장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다소리가 골목 안쪽으로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친구가 날 보고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담장은 하늘을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 그물이라고.

나는 담장을 만들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깨달았다.

저 하늘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그래서 나는 실험실에서

저 하늘에 칠할 물감의 색채들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허공에 칠할 완벽한 빛깔을 찾아낸 순간,

나는 그대 초상화를 어디에 걸어야 할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는 그 빛깔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부풀어오르는 파도 속에 두 눈과 혀를 떼어놓고.

플라타너스나무 혈관 속같은 칠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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