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대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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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회 작성일 19-09-16 00:03본문
사람들이 위만 우러르며 걸어가는
노트르담대성당 광장 한켠.
어느 젊은 여자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를 연주하고 있다.
빌로드 속이 열린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투명한 동전 몇 개가 이미 뒹굴고 있다.
빨강머리 여자는 눈을 감고,
音 바깥
바이올린 활이 움직이는 동작 안쪽에 숨어 있다.
은빛 낚싯줄처럼 가늘고 예리한
선율이 투명한 구조물을 건축한다.
가늘고 예리한 것이
팔로
바이올린을 괸 턱으로
혈관과 굳은 표정을 지나
적요한 광장으로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그녀 주위에 모여든다.
빨강머리 여자는 투명한 구축물 안으로 더 숨는다.
여자는 간이계단을 밟고 오르는 듯하다가도,
이마에 선명한
"運命!"이라는 붉은 화인(火印)을 감추느라 추락하곤 한다.
각혈하며 녹아내리는 젤라또를 들고
다른 손에는
읽혀지지 않는 신비로운 풍선을 들고
한 여자아이가 바흐 사이를 뛰어간다.
대성당이
서슬 퍼런 세느강 물살 속으로
수직낙하한다.
퐁네프다리로 향하는 물결 위에는
배 터져 죽은 비둘기 시체가
둥둥 떠나니고 있다.
네 개 絃을 넘나들며,
빨강머리 여자는 노트르담대성당 광장 한 켠에서
흑인 어머니를 시취(屍臭)로 씻고 있었다.
이상한 과실의 음부 속에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 숨어 있었다.
그녀의 초경혈(初經血) 속에서 헤엄치는 은어떼가
뼈째 씹어먹히는 소리.
광장은 적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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