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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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2회 작성일 19-09-16 21:28본문
지구 돌리기
오른쪽 다리로 지구를 끌고 어머니가
언덕을 오른다 오른쪽 가슴을 칼에게
내어주고도 꼿꼿하게 칠순의 계단을
오르던 어머니가 지팡이로 지구를 겨우
돌리며 성묘 길을 오른다
지구를 몇 개나 들어 올려도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은 발걸음으로 다리를 만들어
시장 사람들에게 길이 되어주던,
오름으로 오름을 살던 어머니가
야트막한 오름 길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
묘비명에 새길 발자국을 남기기라도 하듯
한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이 길다
홀로 남은 왼쪽 가슴의 재촉에도
어머니 발에 붙어 좀처럼 돌지 않던
지구에 보름달이 떴다
달이 끌어 올린 것은 어머니의 과거,
현재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통곡이 쏟아졌다 멈추지 않는 과거
"엄마, 엄마, 엄마, 세상, 살기, 참, 힘들다!"
눈물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말들이 내 목을 죈다
풀려버린 어머니의 과거가 만든 지구
70년이 넘은 어머니의 희망을 외할머니 산소에서
처음 듣는 순간 지구에 빠졌던 발이 어머니의 지구를 돌리며
통곡의 어머니를 향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 내 못 견디게, 아프면, 그 때, 꼭, 내, 데리고 가자."
어머니가 돌리던 지구가
이제 어머니 저 앞에서 스스로 길을 내며
어머니를 부르고 있다 통곡을 받아내던 보름달이
어머니 오른쪽 빈 가슴에 떴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구와 달을 끌어올린 발상의 전환
특이하면서도 아픔이 느껴지네여
대최국님의 댓글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성합니다!
칠순이 넘으신 어머니도
엄마를 부르고 싶은
딸이라는 것을
잊고 산 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