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버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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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8회 작성일 19-09-19 14:27본문
텅 비어버린 방
오늘은 그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그가 온다면 하는 불안을 가지고 매일 그를 기다린다
그가 들어왔다 나간 자리는 그대로 폐허가 되어 있어서 어떤 무엇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나는 그 후로 생리적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해가 떠서 밤이면 달에게 하루를 반납하듯이 이유나 의미를 따지지 않고 황량한 들판에 꽃이 올라오는 것처럼 그를 기다린다
지금 손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이 쥐어져 있음에도 나는 그를 기다린다
그런 나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다
나의 눈빛, 일그러진 입술, 퇴폐한 언어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마음은 희부윰하며 그 앞에서 아양을 떨 때를 기억한다
늙은 갈보라고 놀리는 친구를 죽이고 자살한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처럼 나는 매일 기대와 불안으로 그를 기다린다
나만 사랑하며 사랑 때문에 고독에 갇히게 만들고 사랑의 고통에서 허덕이게 한 사람
진실하며 나를 이해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던 그 사람, 나의 이 찌질하고 비루한 삶에서 구원해준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손을 잡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의 여지가 보이면 그를 기다리고픈 이 미칠 것 같은 절박하고 슬픈 그리움이 파고든다
삶은 본능에 가깝다
계획이니 미래니 저축 같은 것이 아니라 잼지를 비죽 세우듯 나의 삶은 본능이다
그를 기다리는 내 본능은 비온 뒤 강물처럼 맹렬하며 물살에서 버티는 수초 같다
그가 오지 않으면 그냥 죽어버릴 거야
매일 열두 번 생각하고 열두 번 내 옆의 사랑스러운 사람의 얼굴을 본다
나는 악독하고 지랄맞은 쓰레기 같은 인간이다
그래서 아직 살아 있음에도 지옥의 천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행복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고독하여
그 외로움에 목 졸려 가며 겨우 잠이 드는 숙명인 나는
벌을 받고 있다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은 즐거운 일이다
활자가 깨지는 금속성 마찰음이 매일 이명처럼 들린다
눈은 부얘서 내 옆 사람에게 진실한 눈웃음을 줄 수 없다
사랑하는 옆의 사람과 한 미래의 약속은 발밑에 깔린 시체에서 터져 나오는 썩은 피고름이 되어 저 뒤로 지나가 버린다
남는 것은 사체에서 풍기는 썩어가는 냄새뿐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 죽어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모르고 걷잡을 수 없던 엉망진창의 우리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간절하게 서로 죽음을 원했다
사랑으로 영원할 수 없기에 우발적 사태에 의해 서로 간단하게 죽음으로 영원해지기를 바랐다
우리는 그런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나는 안전한 사랑 안에서 안전한 사람과 안전한 사랑을 하며 안전한 매일을 보내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몹쓸 인간이다
공복을 타고 황화수소의 찌꺼기가 올라오는 것처럼 이물감으로 차오르는 이 벗어 날 수 없는 감정을 어쩌면 좋을까
댓글목록
창작시운영자님의 댓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위 창작시방 이용안내에 보시면 이미지등의 사용을 제한 하였습니다.
일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기 올리신 이미지는 자삭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편의를 위해 만든 기준이오니..이점 양해 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1~2일 내 이미지 자삭 없으면 부득이 운영자가 삭제 할 수도 있다는 점 공지 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와 수필의 중간 지점에서 작가는 갈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는 시가 아닙니다.
어쩌면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작가로 타고난 재능으로 보입니다.
사적으로 문학을 배우거나 따로 시간을 내어 창작을 하신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재능은 탁월합니다.
헌데 여건 상 작가를 하기에는 어렵고 취미로 경험 삼아 호기심으로 올리 신 것 같은데
시의 대한 장르를 잘 숙지하시고 쓰신 다면
훌륭한 시인, 또는 소설가 또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