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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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49회 작성일 19-09-24 16:33본문
너무 쓸쓸하다
빈 깡통을 꾹 찌그러 트리 듯
어떤 발 하나 머리 부터 발 까지
지그시 내려 밟는 그런 저녁이 있다
그렇게
구겨져 아무 모퉁이에나 버려지고 픈
기분이 있다
입안이 젖은 흙을 쓸고 가는 낡은 빗자루 같을 때
어떻게 너는 견디나 나는
술을 마신다
식당 이모가 놓고 간 소주잔을 들고
우리는 같이 수 십년 술을 마셨다
그 소주잔에 찰랑이던 별 같이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기억한다
아이가 지나가던 문 밖에 노인이 지나가고
저마다의 문을 여닫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어느 녀석의 잔에는 금가루가 소복하고
또 다른 잔에는 성경의 진리가 출렁거렸다
한 녀석은 권위와 눈치를 가만히 들어 올리고
또 한놈은 흙냄새 가득한 잔에 연신 코를 박는다
세상 모든 여자들의 웃음을 담은 잔을 든
녀석도 있었는데
시샘과 부러움으로 서로 잔을 바꿔봐도
그때 뿐
내 잔은 늘 부어도 부어도 휭한 바닥만
치고 올라 왔다
식당 이모는 소주잔만 던져 주었을 뿐이다
기적이란 시간의 과정이 삭제 된
일상의 평범한 얼굴
고개 끄덕이지 마라 너무 쓸쓸하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 가을처럼
쓸쓸히 귀뚜라미가 우는ᆢᆢᆢ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