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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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8회 작성일 19-09-28 07:06본문
산불
석촌 정금용
불에 탄 공룡의 뼈를 찾으러 왔다
쏘시개로 누명 쓴 끝에
아무렇게나 누워버린 가랑잎에 무서리나 피하라
눈길로 덮어주러 왔다
덮치는 불길 막으려
등성이 저쪽 비탈진 재 넘어 가슴 벌려 버티다
까무러쳤을 너럭바위를 살펴보러 왔다
말라비틀어졌어도
붉은 통곡은 남아 상실은 깊고 아려도 그나마 멸종은 면한 듯
타다만 재 속에 뼈대는 그대로
내일을 기다릴 여지를 남겨
둘러앉아 수습 나선 구름 같은 문상객들
비감 대신 안도의 웃음꽃 나눠 담고 꼬리 물어
꼬부랑길 돌아간 뒤
비워야 트인다는
산마루 무연한 전망 속에 언뜻 비치는 뜻을
빈자리에 잔 불을 끄던 누군가는
끄다
그을린 마음속에 옮겨붙을까 봐
식혀 그린 듯 담아
불에 놀란
냉랭한 가슴에 둘도 없는
명약이 되었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결한 언어가
뼛속 깊이 자리잡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야흐로 만산에 붉은 불길
냉랭해진 가슴마다 약이 될 듯 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불의 은유 기법이 놀랍습니다.
산불에 놀란 것이 아니고 시 내용에 놀라고 갑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년년세세 타오르는 불꽃인데
매캐해지지 않으시기 간절히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