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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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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0회 작성일 19-10-23 16:48

본문

물고기/창문바람


너는 멀쩡한 지우개를 부러뜨렸다

그것을 꾸짖었지만

어째선지 너는 방글방글 웃었다


그리곤 쫄래쫄래 달려와 이걸 보란다

그건 그저 부러진 지우개였다

부러진 지우개구나, 나의 감상평 끝


고개를 젓더니 아니란다

아무리 봐도 부러진 지우개였다

너는 그것을 명명하기를 물고기라 하였다


네가 어디가 물고기인지 여기가 이렇고

저기가 저렇고를 콕 집어 설명해 주니

그제서야 왜 몰라보냐는 듯

물고기 한 마리가 심통이 나있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만큼 나 모르게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


물고기를 빼앗고 지우개를 쥐여줘야 할까

아니면 멋진 물고기라고 칭찬해주어야 할까

고민할 겨를 없이 답은 빨라야 했고

끝내 너에게 그것은 지우개라고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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