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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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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97회 작성일 19-10-31 12:34

본문



오후의 햇살이 접시 위에 놓여 있는 복숭아들 위로 쏟아집니다. 


나는 목젖이 따가운 고양이 몇 마리를 무릎 위에 앉혔습니다.


그녀가 접시 위에서 복숭아를 하나 집었습니다. 복숭아는 썩어 가는 부분이 맛있어요. 그녀는 복숭아의 썩은 부분만을 찾아 입을 갖다 댑니다. 어쩌면 그녀가 손을 댄 복숭아마다 썩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은근히 들려오던 복숭아 향기가 낙조(落照)를 닮았다고 느낀 것은 그때였습니다. 부패해 가는 무지개가 마치 과즙인양 하고 그녀의 식도를 넘어 갑니다. 그녀가 눈썹을 잠시 찡그렸습니다. 아마, 바싹 마른 나무마루 위에 화사한 시취(屍臭)가 배인 때문일 것입니다. 내 무릎 위 앉았던 배롱나무가 어느새 보이지 않았습니다. 접시는 그대로인데, 복숭아 껍질이 조금 벗겨져 있었습니다.   


그때 복숭아 빛깔이 그녀 손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계면조(界面調)로 위 아래가 뒤집힌 다리 사이에서 붉은 것이 간드라지게 흘러나오더니, 평조(平調)로 골격을 바꾸어 걷잡을 수 없는 색채들이 웅혼한 화음을 이루기도 전에 살가죽 벗겨진 고양이가 뻘건 근육 꿈틀거리며 흔들리는 은하수 항문 안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색채에서 색채로 방을 옮겨가던 그녀가, 성큼 일어나 창문 두 개를 통과하여 마루문을 닫았습니다.


그녀는 내게 살짝 웃었습니다. 접시 위 놓인 복숭아들마다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내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탐스런 복숭아알들 바로 앞까지, 시퍼런 바닷물결이 밀려 왔습니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놀랍습니다. 정말 시인님은 연구 대상입니다. 도데체 시인님의 한계는 어디 인지요?
거침 없이 쏟아 내시는 시인님의 매력에 녹아 듭니다.
월 시 우수작 축하 드립니다.
놀랍다는 말 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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