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霧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海霧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39회 작성일 19-11-01 09:10

본문




詩의 사각형 액자를 꽉 움켜쥐고  

풍경의 이곳 저곳에 갖다 대 보았다. 

정중앙의 하얀 여백이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폐렴 걸린 사나이가 화면 정중앙에 누워 있다. 

노루귀 새순이 섞여 나오는 가래침 안에 

빨강 물감을 혼합해 본다. 

그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내가 캔버스 바깥으로부터 그 안쪽에 침잠한 절망을 

훔쳐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선을 긋기 시작한다. 뭉개지고 중첩되는 것들 속에서 어떤 이미지들이 스스로 떠오르길 기다리면서.


짐승들의 울음과 부끄러운 후박나무 잎들의 딸랑거림이 합쳐져 

내 견갑골 안쪽은 베인 흔적 투성이다. 어떤 투명한 것이 

그 음향들 바깥으로 내 육욕(肉慾)을 옮겼다. 


그는 질주해 나가는 직선과 사선들 사이에서 

더 야위어 있었다. 트레몰로 주법으로, 텅 빈 링게르병이 따각거린다. 

점점 더 여러 가지 선들과 색채들이 끌려나오기 시작하지만, 나는 그 너머 아직 그려지지 않은 경계를 향해 

그 사나이를 떠민다. 


돌멩이를 던져

그 사나이의 얼굴을 맞춘다. 그러면 그 절벽은, 무감각한 나무토막이라도 되는 양 

나를 쏘아보되 내 표정 바깥에 서서 나를 기록하고 있다. 


웬지 그 사나이가 부끄러워져서, 내 詩의 사각형 액자가 그를 떠나지 못한다.  

어느덧 나를 규정하게 된 그 액자를

내가 떠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럴 때면 어느 얼굴 동그랗고 보조개 상글상글 웃는 여자아이가 

내 손 꼬옥 붙잡아 주는 것이니, 


그 아이는 알고 있을까? 

그 아이가 죽는 날에야, 내 캔버스 속 정중앙은 

비린 색채의 비문(非文)들로 채워지게 될 것임을. 

그 아이도 나도, 아주 오랜 혈관을 걸어오며 

걸어 가는 한 그 캔버스의 정중앙은 다른 어떤 황홀로도 채워질 길 없다는 것을.

은빛 비늘 퍼덕이는 해면 위로 기어가는 

내 그림의 生.命.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9월의 최우수작 감축드립니다.
역시 표현의 장맛이 제대로 발효가 되어
구수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좋습니다.
11월도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영시인의 취향이 자운영님과 거의 일치합니다
오십받으시면 막걸리보다  더한거 기대합니다

Total 191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11-20
19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11-19
189
눈병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11-18
188
비 오는 하루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11-15
187
낙엽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11-14
18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11-13
185
초봄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11-12
18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11-11
183
사슴 II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1-10
18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1-08
181
설원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1-07
180
호수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11-06
179
맨해튼 연가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11-03
178
盧天命 II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11-02
열람중
海霧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11-01
176
복숭아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10-31
17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10-29
17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0-28
17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10-27
172
풍경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10-26
171
어떤 독후감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10-25
17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 10-24
16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10-23
16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10-22
16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0-21
166
盧天命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10-20
16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10-19
16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10-18
163
가을江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10-17
16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10-16
161
익사하는 배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10-15
160
첼로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0-13
15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0-11
15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10-10
157
퇴촌 가는 길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10-09
15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0-08
15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10-07
15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10-06
15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0-05
15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0-04
15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10-03
15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0-02
14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9-30
14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9-29
14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9-28
146
장항(長項)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9-27
14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09-26
14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09-25
14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24
14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9-22
14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9-21
140
아침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20
139
샤갈의 마을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9-19
13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09-18
13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9-17
13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16
13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9-15
134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9-14
133
추일서정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9-13
132
백일홍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09-12
131
馬耳山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10
130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9-09
12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9-08
12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09-07
12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9-06
126
칠월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9-05
125
분꽃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7 09-04
12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9 09-03
123
플라맹코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9-01
122
한계령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8-3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