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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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시키 운하 곁에서 삶과 죽음이 내게 조응하러 마중온 것을 본다
1.
오월하늘이, 백조들 유유히 떠다니는 그곳에 멎어 있었다. 아이 하나가 거기 빠져 죽었다고 했다. 어느 물결인가, 봄 하루 흐리지 못한 날은 미류나무 가지가 수면에 거의 닿는 그 지점까지 너를 마중 나갔었다.
2.
사슴 한 마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능소화 잎이 아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새끼사슴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아무나 붙잡고 끼룩끼룩 울었다.
나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파란 잎들이 죽음이 아니길 빌며, 사슴의 눈동자는 점점 잎 위에 굴러가는 공기입자의 빛깔과 촉감을 닮아가는 것이었다.
비둘기가 번뜩이며 경련하는 것을 물고 온다.
나는 거기에서 부패하여 가고 있는 투명한 언어를 붙잡는다. 집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집들은 집 속으로 숨었다. 신전(神殿) 안에서 옷 벗은 여인들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붉은 기둥이 시퍼런 물을 딛고 서 있었다.
신전 기둥 바로 아래를 헤엄쳐가고 있는 물고기들이 나를 올려다본다. 나의 손톱 하나씩 하나씩을 비늘 달린 황홀들이 떼내어 간다. 나의 혀를 능소화 수레바퀴가 잘라 간다.
퍼져나가는 그 결이 고운 햇빛이지만, 미세하게 앙앙거리는 비린내가 역했다.
수면 위에 아주 작은 무지개가 열렸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첫연 오월 하늘이가 오류입니다. 오월 하늘, 이렇게 하세요.
정말 대단한 시입니다.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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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오월하늘은 지시적 의미를 가지며 강한 의미가 있어야겠기에 백조들로 바꾸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