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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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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54회 작성일 19-11-10 04:33

본문




사슴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밤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접힌 흔적이 남아 있는 별빛이 가위로 반듯하게 오려낸 듯 신음하고 있었다. 적적한 별똥별이 가지에 자꾸 매달린다. 살랑이는 부드러운 소리와 앵초꽃 살무사의 진초록 궤적. 너희 엄마는 죽었잖아 하고 낄낄거리는 샘물의 청초롬한 목소리와 바위가 바람에 부딪쳐 안으로 홍역 번지는 몸짓이 사슴을 둘러싸는 것이었다.


까치가 깍깍, 까마귀가 까르르르, 직박구리새가 찌찌찌 뱃쫑뱃쫑, 보이지 않는 날개가 푸다닥 잎새를 치며 오르락 내리락 사르르 구름이 놀리는 소리, 새둥지 덥혀지는 소리, 붉고 새하얀 알이 똑바로 서는 소리, 넝쿨과 넝쿨이 교접하는 소리, 아기새를 삼키는 구렁이 소리, 밤하늘을 향해 숲이 확장하여 가는 웅혼하나 내밀한 소리.


사슴이 숲안으로 들어가자 높은 가지 둥그런 잎들 사이로 형형색색 별들이 운행하는 모습과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자오선은 시샘이 많다. 천공은 오묘하지만 가끔 윤곽이 짜부라들기도 하여, 투명한 것이 멀리서 깩하고 금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 풍광은 아주 높은 데서 직하하며 쾌속의 예리함으로 사슴의 망막에 와 박히는 것이었다. 사슴은 숲으로 더 들어가기로 한다. 


기울어지는 지축이었고, 숲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슴은 자신이 늘 혼자였음을 생각하였다. 산봉우리가 다른 산봉우리들을 이웃해 있지만 늘 혼자였던 것처럼. 그러자 숲안의 모든 나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숲안의 나무들이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있었다. 벽 위에 문이 없다. 모르는 이의 초상화가 액자 바깥으로 걸어나오는 것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면, 글자 한 자 한 자가 마치 은하수처럼 고립되어 스스로의 안에서 아지 못할 황홀이 응축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사슴은 자기가 아직 펼쳐지지 않은 책의 첫페이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책이 영영 펼쳐지지 않을 지라도, 사슴의 심장이 피가 뚝뚝 듣는 채로 던져질 무한의 그 속으로 사슴의 시어(詩語)가 폭발한다. 사슴의 감각이 마악 터질 듯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낼름거린다. 초록빛 거미줄처럼 빽빽한 숲의 나무들 사이에서, 사슴은 검은 물 아래 아직 한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는 처녀좌를 바라본다. 아직 한번도 중심을 항햐여 모여든 적 없는 얼굴. 민달팽이 한 마리가 단단한 비취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사슴이 그 숲에서 나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밤이 짙어가는 창문과 새벽이 오는 창문이 한번도 같았던 적 없듯이 그렇게.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데서 굴러다닐 시가  아닌둣 보이네요
신춘문예나 창비등에 정식 등단해도 가능성 충분합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시를 제가 모르겠습니까?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시는 혁신과 파격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사슴을 브루스 안님 시에 나오는 것처럼 우주로 보내버리려 하였는데, 그 초월적인 세계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기에는 제 역량이 부족하였습니다.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 붙어 있는 유리잔도 있지만, 언제라도 엎어져 버릴 수 있는 기울어진 채 위태위태 버티는 유리잔이 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긴장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유리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기교가 제 시에 지금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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