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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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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3회 작성일 19-11-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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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欲知島)가 한 방에 앉아 있다. 빈 방을 채우는 것은 그밖에 아무것도 없다. 천장이 없는 방이라, 위로 어듬이 뚫린 시공이 성에와 서리를 던진다.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가 꼼짝도 않는다. 여름이 등을 켜고 봄이 혼자 앉아 흐느껴운다. 가을이 부용꽃의 모가지를 자르고 겨울이 직박구리새를 두개골부터 썩힌다. 


그래도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欲知島)가 한 방에 앉아 꼼짝도 않는다. 내가 방을 들어선다.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가 한꺼번에 고개를 돌려 나를 일제히 바라본다. 니는 폐렴에 걸린 내 문드러진 폐를 부용꽃에게 준다. 나는 눈알이 없는 내 눈두덩이를 직박구리새에게 준다. 나는 비문(非文) 투성이의 내 일상을 욕지도에게 준다. 그러면 내 스스로 비췻빛 바다가 반쯤 내 나체를 가린 풍경이 되어 방안에 앉는다. 바닷바람이 피부에 느껴지고 벼랑이 곤두선다. 내가 방안에서 나를 기록한다. 벽이 없어 방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한참이 그렇게 지났다. 부용꽃이 지려다 말고 선홍빛 통각을 내게 돌려준다. 직박구리새가 날아가려다 말고 바닥 없는 천공의 공포를 내게 돌려준다. 욕지도가 한 생이 부풀어 하얗게 부서지는 글자들을, 웬 투명한 그릇에 담아 내게 돌려준다.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欲知島)가 사라진 그 방안에 오히려 다른 것으로 가득찬다. 별이 가루가 되어 부슬부슬 벽시계가 없는 벽이 미동도 않는다. 벽이 시간 이외의 다른 것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빈 방안에 앉아 시를 쓴다. 오후가 끝난 내가 방안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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