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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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더 아프다/ 싣딤나무
시원하게 오줌 누는 꿈을 꾸다 깨어보면 이불이 젖어 있었다
아침마다 햇볕에 널려 있는 그림자에서 지린내를 맡으며
어린이 독서 왕처럼 세상이 겉늙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걸을 때 돌부리를 차기도 하고 가래침을 뱉기도 했다
오줌을 앉아서 눌 것인가, 서서 눌 것인가를 고민하다
마침내 앉아서 누기로 한 친구의 이불은 손수건이 되었다
더 이상 오줌으로 벽화를 그릴 수 없어도
잔설 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봄을 향해 띄울 수는 있겠지
베이비 펌을 할 것인가, 투 블록을 할 것인가
이도 저도 못하고 집에서 염색이나 한 휴일보다
둘 중의 하나를 하고는 더 우울해져버린 휴일에
미용실 바닥에 한 움큼 잘려나간 나는 도대체 누구신지,
세상에서 가장 큰 병은 하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친구는 시원하다고 말하며,
발목에 튄 흙과 오줌을 손수건으로 닦고
나는 부푼 돌출부가 톱니에 끼지 않게
터덜터덜 지퍼를 내리며 벽을 향해 돌아섰다
야이 자식아!
통점이 생겨 버린것이다
이전처럼 뒤통수를 한 대 갈기려고 하는데
친구의 긴 생머리가 정전기를 일으키며
내 손을 막았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활달하고 거침없는 글에서 공감이 생기고
공감대가 재미라는 감동을 덤으로 선물하지요
감사합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ㅎㅎ 신춘문예를 접수하시는 고수께서
이 곳 우수창작시에도 뽑히지 못하는 하수의 시에
공감 하신다니, 참으로 영광 입니다.
스키다시가 있어야 메인이 빛이 나죠.
들러리란 참으로 따뜻한 배경 입니다.
허긴 우수창작시 정도는 당선 되어야
스키다시라도 될텐데, 전 아무래도
스키다시로 나가는 샐러드를 만들다
잘려 나간 양배추 뿌리 같습니다. ㅎㅎㅎ
뭐든 어떻습니까? 고객님들이 메인 메뉴만
맛있게 드시면 그 집 장사 성공한 겁니다.
빨리 님도 메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메인이 되기엔 너무 양념이 강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다섯별님의 댓글

싣딛나무님의 글솜씨에서
고수의 냄새가 풍김니다
비유법이 풍부한 시를 읽으며
한수 배우고갑니다 꾸벅
싣딤나무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시를 놓지 않으려는 발악이 부끄럽습니다.
이것도 욕심인 것 같아 펜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