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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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74회 작성일 19-11-14 18:25본문
머리카락이 더 아프다/ 싣딤나무
시원하게 오줌 누는 꿈을 꾸다 깨어보면 이불이 젖어 있었다
아침마다 햇볕에 널려 있는 그림자에서 지린내를 맡으며
어린이 독서 왕처럼 세상이 겉늙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걸을 때 돌부리를 차기도 하고 가래침을 뱉기도 했다
오줌을 앉아서 눌 것인가, 서서 눌 것인가를 고민하다
마침내 앉아서 누기로 한 친구의 이불은 손수건이 되었다
더 이상 오줌으로 벽화를 그릴 수 없어도
잔설 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봄을 향해 띄울 수는 있겠지
베이비 펌을 할 것인가, 투 블록을 할 것인가
이도 저도 못하고 집에서 염색이나 한 휴일보다
둘 중의 하나를 하고는 더 우울해져버린 휴일에
미용실 바닥에 한 움큼 잘려나간 나는 도대체 누구신지,
세상에서 가장 큰 병은 하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친구는 시원하다고 말하며,
발목에 튄 흙과 오줌을 손수건으로 닦고
나는 부푼 돌출부가 톱니에 끼지 않게
터덜터덜 지퍼를 내리며 벽을 향해 돌아섰다
야이 자식아!
통점이 생겨 버린것이다
이전처럼 뒤통수를 한 대 갈기려고 하는데
친구의 긴 생머리가 정전기를 일으키며
내 손을 막았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달하고 거침없는 글에서 공감이 생기고
공감대가 재미라는 감동을 덤으로 선물하지요
감사합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신춘문예를 접수하시는 고수께서
이 곳 우수창작시에도 뽑히지 못하는 하수의 시에
공감 하신다니, 참으로 영광 입니다.
스키다시가 있어야 메인이 빛이 나죠.
들러리란 참으로 따뜻한 배경 입니다.
허긴 우수창작시 정도는 당선 되어야
스키다시라도 될텐데, 전 아무래도
스키다시로 나가는 샐러드를 만들다
잘려 나간 양배추 뿌리 같습니다. ㅎㅎㅎ
뭐든 어떻습니까? 고객님들이 메인 메뉴만
맛있게 드시면 그 집 장사 성공한 겁니다.
빨리 님도 메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메인이 되기엔 너무 양념이 강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다섯별님의 댓글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싣딛나무님의 글솜씨에서
고수의 냄새가 풍김니다
비유법이 풍부한 시를 읽으며
한수 배우고갑니다 꾸벅
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시를 놓지 않으려는 발악이 부끄럽습니다.
이것도 욕심인 것 같아 펜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