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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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쌈하는 아낙네의 여민 옷깃처럼 구겨진 갈색 셀로판지를 투시한 바람이 가을을 걷는다 길 가장자리에 서 있는 앙상한 가이즈카 향나목 사이로 회색빛 도시가 허기진 이빨을 드러낸다 정오의 햇빛이 낮게 드리운 정류장에는 황량한 바람이 심장을 조이던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소리 없이 기대어 울먹인다 금방이라도 포효할 것 같은 잿빛 하늘에는 시스틴 예배당의 천장화가 전시되고 가난한 시인의 노래가 뭇별처럼 가을을 반짝인다 뒤돌아서는 길목에서 바람은 먼 데서 불어오고 예기치 못한 구원이 돌연, 바람처럼 달려와 바람처럼 사라진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재미있는 시입니다..
바람 처럼 왔다가 바람 처럼 사라지는..
고맙습니다..
주손님의 댓글

길쌈하는 아낙네의 여민 옷깃,정겨운 단어네요
예기치 못한 구원이 달려온 그날은 어떤 날 이었을까요?ㅎ
감사합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