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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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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91회 작성일 19-11-15 09:43

본문






하룻만에 동백꽃이 모두 지고 

오늘은 비 오는 소리.

지붕 아래 푸른 것이 고이는 소리.  

울퉁불퉁한 바위 표면이 천번이나 씻기는 소리.  

돌담 곁 포도나무가 

젖어 청록빛 잎들 두 손 모아, 

물방울 또르르 굴러 씨앗을 배태하고 있는 소리.

서늘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어느 여자아이가 동화책 읽는 소리. 

귓가에 쌔근쌔근 단숨소리 느껴져 

옆을 보면 여자아이가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잠들어 있는.

마악 세수한 듯 뽀얗고 해말간

조그만 얼굴에 보랏빛 자국 생겼네, 

하루 종일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빗소리가 

지붕을 치고 통! 통!  

유리창을 치고 툭! 툭! 

돌계단을 치고 또옥 또옥

포도나무 잎 사이 숨어 있는 송충이를 때리고 아야 아야

빨간 벽돌이 반토막 난 것과 

녹이 슨 세수대야 

알 굵은 모래알이 시멘트로 굳혀진 담

그래도 남는 것이 쏴아아 하는 소리를 모아 하늘과 땅 사이  

무한한 공간을 휘몰아 나가고..... 

휘몰아 돌아오고......


이 모든 것들을 내가

견뎌낼 수 있기를.


나는 반쯤 영근 어둠 안에 앉아, 

덜 익은 포도송이처럼 떫떠름하고 외로웠던 나는,  

빗소리에 하루 종일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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