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 창작시의 향기

​도토리

도토리 대략 한 말 정도 

제 갈길 가라고 

엄마로 부터 차가운 땅 바닥에 내쳐졌어요 

이제는 스스로 갈길 찾아가야 하나 

발 없이 태어나 

운명은 재천

그래도 

바구니 든 아랫 동내 할망구의 싹쓸이 

씨 말리는 손길은 싫어요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던 다람쥐 

성찬이 끝나자마자 

예쁜 형제 골라 

여기저기 겨울양식으로 땅에 숨겨놓아요

이제 숨을 죽이고 향을 숨겨야 해

지열로 심장을 따듯하게 보호하고 

원수의 건망증을 기대해 봐야지!

비만에 다이어트를 한다면 그도 괜찮고!

살고 지고 

한 구루 살아남자

뿌리내리고 새싹을 밀어내고 

한 말이 두 말이 되고

형제 중 누군가는 

개밥에 섞여 

발로 차이고 코로 밀려나고

술 안주가 되고, 묵사발도 되고

행과 불행 

키높이를 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