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속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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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속의 겨울
그해 겨울을 병속에 가두었네
눈이 펑펑 내리는 밤 둘이 끝없이 걸었고
바다와 맞닿은 거리 끝 따뜻한 여관방에서
굳어버린 커피덩어리를 녹여 마셨네
거리에서 술취해 싸움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고
우린 아랫목에 깔린 오래된 이불위에서 서로 사랑했네
좁은 마당 장독대 위에 밤새 눈이 탑처럼 쌓이고
방문앞에 갖다놓은 물주전자와
네모로 접힌 수건 두 장과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이 동그란 쟁반위에서 떨고 있었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새벽 뽀드득 뽀드득 밟으며 우린 행복했네
서로 쳐다만 봐도 눈물이 났던 젊은 날
그해 겨울은 추워도 참으로 따뜻했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고맙습니다..
봄뜰000님의 댓글의 댓글

보잘것없는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시길..
부엌방님의 댓글

제 가슴이 촐랑거렸습니다
또 타임머신을 타버렸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봄뜰000님의 댓글의 댓글

귀한 걸음 해주신 부엌방님 감사드림니다. 좋은 날 하소서.
봄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