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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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손은 칼이었다
사내가 칼을 들이밀자
그녀는 나무 도마 같은 손을 내주었다
칼이 도마를 잡고 놓지 않자
도마는 싱싱한 생선을 숨기고 있었는지
눈이 휘둥그레진 도마는 온몸으로 파닥였다
버둥거리면 버둥거릴수록
회를 쳐 봐야겠다고 맘먹는 칼이
얼굴색이 바뀌도록 놓지 않자
도마는 온몸으로 몸부림쳤다
회 뜨듯 춤추고 싶었던 칼을 뿌리쳤다
순간, 당황한
칼은 무뎌지고 말았다
도마도 칼을 잡고
무서리에 파르르 떨리는 살결로
잡아줄줄 알았는데
무수히 썰려나간 김치 조각조차
시큼한 냄새하나 다녀간적 없다는 듯이
들이민 칼을 완강하게 밀어냈다
불속으로 수없이 날아드는 불나방의 악수를 본다
악수(握手)가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도마는 늙도록
손금 같은 칼맛을 품고 살 것이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칼이 도마를 붙잡고 놓치않을때
도마가 성질좀 죽일걸 그랬나봅니다
때늦은 그리움이겠지만 한병준 시인님
좋은 시 감상할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한병준님의 댓글의 댓글

다섯별님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