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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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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0회 작성일 19-11-23 09:09

본문

회를 뜨다

 

갯바위에서 몇 마리 붕장어를 낚았다

손에 감기는 꼬리를 털어내 도마에 대가리를 대고

아가미 등뒤에 지켜온 시간을 시퍼런 칼날로 긋는다

몇 방울 붉은 피와 작은 비명소리따위는 아예 무시한다

몸의 마지막 흐느낌은 꼬리에서 끝난다

그의 슬픔이 면죄부와 함께 손끝으로 옮겨진다

턱끝에 칼집을 내고 누덕진 세상의 옷을 벗겨낸다

원죄는 끝내 벗을 수 없나보다 속살에 찬바람이 덤빈다

곱게 썰어낸 삶의 상처

매운 겨자소스에 눈물을 보이며 내가 그를 야무지게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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