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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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작년엔 배추밭을 갈아엎었는데
올해는 양파밭을 갈아엎는다.
입에 밴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돌무덤처럼 쌓아올린 양파를 집어 든다.
좀 전까지만 해도
단풍 든 것처럼 불그스레한 껍질이
가격이 폭락한 새
까면 깔수록 쌓이는 잿더미 같다.
껍질을 벗겨낸 하얀 알맹이를 보니
머릿속이 덩달아 하얘져
아무 생각 없이
양파 속살을 떼어 낸다는 게
정신 차려보니
손가락에서 손톱을 떼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뱃속에 집어넣는
양파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데,
텅 빈 밭을 볼 때마다 등이 자꾸 간지러워
벽에 박힌 못에 긁어대 깊게 고랑을 낸다.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저희는 집에서 편안히 싱싱한 양파를 먹는데
농민들의 노고는 보상을 받지 못한채
걱정이 마를새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 있는 생생한 묘사에 허탈함이 짙게 느껴져 오는군요
그래도 모종을 준비하는 앞날에 풍성한 열매가
맺히기를 기원해 봅니다 ^^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리베님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양파를 수확하면 빛더미에 앉는다는데 그 증거가 부족하군요.
마지막 연에서 급하게 완성도 있게 하시려는데
그것이 오히려 동시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80년대 유행하던 투고시의 형태 입니다.
김진구님의 댓글

삼생이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능력 부족입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