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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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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19-12-03 12:21

본문

리허설 I

 

샛노란 은행잎이 쌓인 벤취에 앉아

가까이 좀더 가까이

두 손의 거리가 서로 모르는 척 좁아가고

키에르케고르나 니체와 사르트르의 실존에 대하여

김수영이나 신동엽, 김용택 시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하면서 커피 한모금 하고

시집을 가운데 놓고 거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볼도 붙어가고

여자의 모습은 약 삼십대 후반 정도 호리한 몸매에

손가락이 길며 하얗고

반짝이는 큰 눈과 어깨까지 내리는 생머리 연약한 타입

남자는 훨씬 늙어보이지만 카키색 반코트에 중절모

오똑한 코에 반듯한 옆모습을 지닌 멋쟁이 신사

언뜻 보아 삼촌과 조카사이 아님 불륜 같은

금세라도 서로에게 무언가를 부끄럽게 고백할 것 같은 분위기

겨우 서로의 손끝이 닿자마자

 

! 이라는 큰소리에 깜짝 놀라 나는 어지러진 탁자위에 아까

물 부어놓은 컵라면과 이슬로 채워진 반쯤 찬 소주병을 서운하게 바라본다

오늘도 잠시 눈감고 그 어떤 만남이라는 제목의 리허설을 한다

내 작은 방에는 거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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