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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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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4회 작성일 19-12-05 11:35

본문

바람의 손맛


  정민기



  한겨울에는 바람의 손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가을 막바지를 입고서
  반죽하고 늘리고를 반복한다
  목이 꺾어진 나무를 간식으로 때우고
  먼바다에서 몰아오는 파도 날개를 달았다
  시린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솜사탕을 맛본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손맛이란 말인가
  불어오는 바람 한가운데에서 만찬을 즐긴다
  방금 날아오른 새 한 마리,
  나뭇가지가 떨자 가느다랗게 떨리는 손맛을 느꼈다
  낙엽이 벤치에 누워 하늘을 눈요기하고 있다
  어제는 길을 잃고 방황하던 꽃잎이
  톡, 쏘는 바람 맛에 반하고 갔다
  나무 한 그루에서 잎 타일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손맛을 더 알아가기까지
  또 얼마나 많이 줄을 서서 추위라는 놀이기구를 타게 될까
  지금 막 얼어붙은 하늘의 심장에
  새 한 마리가 단단히 박혀서
  구름을 반죽하고 늘리기를 무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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