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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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9회 작성일 19-12-07 09:35본문
구겨진 이야기
굽은 등 리어카 할머니는 자신을 줍고 다녔습니다.
골목 끄트머리
어제를 버린 폐지 구겨진 이야기 펴서 담습니다.
뉘도 없이 끌고 온 무거운 날
미어지는 가슴 열어 회색 하늘을 봅니다
공허와 배제된 거리에서
덤불 같은 삶을 더듬어 온 허구렁의 시간
매운 짐만 담겨있습니다.
가슴 한복판 씻기지 않는 앙금처럼
동부새 부는 날
열여덟 시집와 허리 펼 사이 없이
손발톱 젖혀지도록
바로 살기 위한 모진 바람
눈물로 온몸을 깨물며
피 말린 조강지처 한스러움
잠 못 이룬 허다한 일들이 축축하게 그늘져 있었습니다
자식 못 낳는 설움
수탉은 여러 암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꽃살림에 남은 밭떼기마저 뺏긴 남편
이십 삼년 전 앙상한 몰골로 죽었습니다
숯 검댕이 마음보다 남은 칼날 같은 세상
노파는 구겨진 인생을 끌고 고갯길을
새벽이 허물어지기 전에 넘어야 했습니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옹골찬 시입니다..
짧은듯 적당한듯 잘 풀어놓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목헌님의 댓글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그럽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