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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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4회 작성일 19-12-09 00:07본문
갈대에게 묻다
푸른 바닷가
작고 오래된 호수 한켠 키큰 갈대들이 모여 산다
산책할 때마다 고개 돌려 나를 아는채 한다
을씨년스런 겨울하늘을
눈부신 은빛 머리를 들어 부드럽게 쓸면서도
가끔은 고개숙여 무엇을 생각하는지 갈대에게 묻는다
너는 나보다 먼저 태어나
나보다 먼저 별들을 보았고
나보다 먼저 백발이 피는 슬픔을 알면서
가볍게 날리는 새가 왜 진즉에 되지 않았는지
새벽잠을 깨우는 발밑 오리새끼들이 귀찮지 않는지
가는 목에 붉은 노을이 내리면 괜시리 슬프지나 않는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무엇을 노래하는지
혹시 소리없이 울지나 않는지
그토록 바람에 흔들리며 얻은 것은 무엇인지
저편 부드러운 어둠이 샛별의 어깨를 감싸면 그제서야 발길을 돌린다
아니다 어쩌면 흔들리는 것은 갈대가 아니라 바람일지도 모른다
갈대가 주억주억 거꾸러 내게 물어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싸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내 안에 나를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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