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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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 / 김해인
울 엄마 바지는 몸빼
헌 무명치마 하나를 발려서 만든
그 몸빼에서 빼 내지 못한 몸 이
아직 그 몸빼에 남아 있다
하루를 더 산다고 뭐 달라질게 있 남
이 몸빼를 벗는 날 이 행복인 거여
머언 길 친정엄마가 생각날때면
주름진 눈가를 어지럽히던
눈 물 찍어낼 치맛자락은 없어도
주머니도 구녕도없는 몸빼 속에는
누구도 알지못하는 속주머니 하나 숨어있다
고무줄 넣은 허릿춤을 뒤져
까치밥 몆알을 꺼낼때
설움은 매달려 나오지만
비어있는 몸빼 속주머니에는
또 채워야 한다는 기다림은 남아있다
몸 을 빼내어야 할 몸빼 속에서
서른넘은 손주걱정이 일고
그렇게 몸빼에 갇힌 채
환 진갑 넘은 자식 흰 머릴 보려
오늘도 몸빼는 가문 밭 에 쪼그려 앉아
밭머리넘어 동구밖을 말없이 지키고 있다
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속주머니 내밀한 곳에 있을
환한 웃음만 기억하고 싶습니다
삶의 질곡 그 숱했던 설음일랑
허리춤의 까치밥 몇알처럼
홀홀 던지시고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남이있는 한 해의 날들
풍성해지시구요^^
브루스안님의 댓글

시의 기본 역시 솔직 담백이 아닌가요
몸빼 속에 감취진 김해인 님의
진실한 사유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