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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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53회 작성일 19-12-15 00:02본문
마지막 이사
언제라고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 집에서 조만간 나가야 한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 이삿짐도 제대로
싸지 못하고 쫒겨날 수도 있다
지금껏 수없이 이사했다
이제는 이삿짐마저 귀찮다
살아오면서 쓸데없는 물건만 잔뜩 쌓아놓았다
박스에 남들에게 건네 줄 잡동사니를 챙기면서
물건 하나 하나가 내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정을 남겨서는 안된다
멀리 가는 이사일수록 짐은 간단해야 한다
모두 다 나누어주고 그래도 남은 것 있으면
그냥 두고 가라
이 집에서 살면서 알게모르게 이웃을 힘들게 했으리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도 얻었으리라
사랑이라는 것도 이 집에서 알았고
슬픈 이별도 이 집에서 맞이했고
예쁜 꽃들도 보고 새소리 물소리도 듣고
출렁이는 파도소리에 혼을 빼앗기고
돌려줄 길 없는 그리움은 남기고
미움과 분노는 그대로 가져간다
나중에 사랑으로 갚을 길이 있다고 믿기때문이다
사랑했다 그리고 그리워하리라 이 집에서 보낸 시간들
먼지처럼 바람타고 떠밀리듯 물결따라 정처없이 하늘길로
곱게 이사가는 날
일곱마디로 묶이고 노란 수의에 덮혀 문이 닫히고
놀러들 오시게나 새집으로
자연장 민들레묘역으로 소주는 필수네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쉽게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으니 부럽습니다
사연이야 어떻든 옷깃 스친 인연 끊지 말고
연락 주시구려!
봄뜰000님의 댓글의 댓글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연은 끊고 싶다고 끊어지는게 아니더외다
추운 날씨에도 귀한 걸음 놓아주신 맛살이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하소서..
나싱그리님의 댓글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쉽게 풀어쓰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
봄뜰000님의 댓글의 댓글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관념에 묻힌 단어들 보다는 때론 편히 쓰는 일상적 단어들이
마음에 끌립니다. 귀한 걸음 놓아주셔 감사드립니다. 싱그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