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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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다방
맞아
신지행 철선타는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이층에 다방이 하나 있었어
출입문 왼쪽에 인조 야자수가 서있었고
문을 열면 작은 유리창문으로
엷은 초록색 커튼이 살래살래 꼬리쳐 날려들어오고
긴꼬리 금붕어가 형광등 불빛아래 생의 반을 포기한 몸짓으로
맥아리없는 수초사이를 슬로우모션으로 돌아다녔지
졸린듯한 표정으로 손톱에 매니큐어 칠하던 아가씨
주전자에서 엽차 딸아
너덜해진 팔각성냥과 물이 깔린 스뎅 재떨이가 있는
탁자위에 잔을 퉁명스럽게 미끌듯 내던졌지
무엇이든 안마시고 나가면 뒤태에 소금맞을 기운이 감돌았어
‘커..‘ 말끝나기도 전에 알고있었다는듯 뒤돌아서고
동시에 주방에서 작은 구멍사이로 낮고 하얀 잔에
짙은 검은 색 커피가 밀려나오고
꿩알인지 메추리알인지 작은 노른자가 떠있었어
그때는 점심 전에 모닝커피가 대세였지
아마도 그 다방의 규칙인지도 몰라
일단 커피가 탁자에 놓이면
마담언니가 주방에서 늦은 아침먹다 나오는지 연신 입술을 훔치며
카네이션 종지를 들고 내앞에 앉았어
말하지 않았는데 자기 입맛대로 노란설탕을 네스푼이나 퍼넣고
카네이션 종지의 높낮이를 조절해 찔끔찔끔 돌려가며 부었지
그때는 카네이션 양에 따라 단골 비단골로 갈렸어
단맛때문에 목이 칼칼해져 커피를 마신 후 꼭 엽차를 마셔야 했지
탁자밑을 더듬어보면 거기에는 어김없이 두 세 개의 껌딱지가 붙어있었어
담배 빼서 물고 성냥을 탁탁 쳐서 불붙이고 있는데
피우고 싶어서인지 자기도 몰래 두 손가락을 길게 붙이고
내 담배만 쳐다보고 있었어 그 마담언니
다음 배가 언제냐고 묻는 말에 건성으로 열두시 반이라고 하다가
문소리가 나자 갑자기 고개돌려
어느 학교 이사장인지 건어물가게 이사장인지는 몰라도
어서오세요 이사장님,
치마폭을 돌려 거머잡고 인사도 없이 벌떡 일어섰어
어쩌면 지금 그 여인 나처럼 되먹지 않은 시를 쓰거나 아니면
전복도 미역도 잘 팔리는 완도읍내 어디쯤서 수건 둘러쓰고
손자하고 같이 건어물을 팔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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