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처마(퇴고)
위아래 속눈썹은 처마였다
눈 밑 주름이 흙벽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눈두덩이 두두룩한
잠든 노인의 눈썹을 보니
한옥 한 채 잘 보존 하고 계시구나
생 각 한 다
속눈썹은 눈알도 모르게
깜박깜박
잊었다는 듯이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눈알이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정신 줄을 놓고 졸고 있는 사이에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순간순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헤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태초부터 붙어 있었다는 듯이
헤어졌다가 만나는데
잠든 노인의
아래위 눈썹은 꼭 붙어있다
슬슬 풀리고 있다
곧 무너질 벽을
곧 허물어질 상(像)을
더는 떠받칠 수 없다고 느낄 때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하는 처마가 있다
노인의 설 감긴 눈썹 사이
깜박 오갔을 일생의 거리를
생 각 한 다
노인의 와잠 속에
켜켜이 발라놓은 흙벽 같은
켜켜이 개켜 놓은 이불 같은
사연을 간직했을
처마의 마지막 길은
꼭 서까래 같은 손으로
스윽 받혀줘야 된다는 걸
(생 각 한 다)
....................................................................................................
처마(초고)
위아래 속눈썹은 처마였다
눈 밑 주름이 흙벽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눈두덩이 두두룩한
잠든 노인의 눈썹을 보니
한옥 한 채 잘 보존 하고 계시구나
생 각 한 다
속눈썹은 눈알도 모르게
깜박깜박
잊었다는 듯이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눈알이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정신 줄을 놓고 졸고 있는 사이에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순간순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헤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태초부터 붙어 있었다는 듯이
억지로 헤어지게 했다는 듯이
잠든 노인의
아래위 눈썹이 꼭 붙어있다
슬슬 풀리고 있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올 때 바깥벽을 보호하고
문에 들어오는 햇빛을 조절하는 역할을
감당했을 처마여, 눈썹이여!
곧 무너질 벽을
곧 허물어질 상(像)을
더는 떠받칠 수 없다고 느낄 때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하는 처마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
노인의 설 감긴 눈썹을 보니
처마의 마지막 길은
꼭 서까래 같은 손으로
스윽 받혀줘야 한다는 걸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좋은 시 한 편 접하고 갑니다
잘 감상하였읍니다
한병준님의 댓글

고니plm님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와우~ 상상력에 감탄합니다.
우리의 자화상 이기도 하고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한병준시인님.
한병준님의 댓글

이시인의 물고 늘어지는 이미지 묘사시만 할까
이렇게 경려해주니 고맙네....
아우님도 건필하세요.^^*
grail217님의 댓글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한병준님의 댓글

재미있게 봐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시니 뭐라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아직 초고라 여러날 칼질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