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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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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8회 작성일 19-12-20 11:14

본문

흉내낸 것은 이데아가 아니다
오른손을 내밀어도 왼손을 건네는
그것은 그 시점부터 내가 아니다
빛부터 자신을 스스로 볼 수 없으니
그 아래에서만 보이는 것은
오로지 남일 뿐이다
자신이라는 이름의 모호한 타인
볼 것도 없는 무수히 명백한 타인
남과 남 사이에 부대껴 대화를 하고
상호간에 예의를 차리며
살아간다
살아가노라면 그것은 남의 삶일 뿐
남과 남의 사이에 낀 남의 얘기일 뿐
갈 곳도 잃고서 방황하는 나는
어떤 개념 속에서만 빌붙어 연명한다

육신조차 오롯이 소유할 수 없는 자신을
세상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그것이 남 얘기라 그런 것이겠지
살아있지 아니한 것을 살았다고 얘기하는
그 까닭은
남으로 삶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나는 단지 긴 착각 속에서 살다가
남으로 살기를 그만두고 사라질 운명임을
애당초 그를 기반으로 구성된 목숨임을
알고 있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너와 나를 필사적으로 갈랐던 거겠지

이처럼 질문이 시작되면 끝을 모르니까
어떻게든 분리하고 있었을지 누가 알까
나는 내가 아니고
너는 당연히 내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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