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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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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4회 작성일 19-12-23 06:29

본문

겨울

 

나는 덕지덕지 녹아 지워진 여름날 두꺼운 화장보다

겨울 찬바람에 볼그레해진 숨김없는 민낯의 진실을 더 사랑한다

알아먹을 수도 없이 어려운 관념으로 이어진 범벅된 머릿속 시보다

가슴에 와닿는 깨끗하고도 간결한 동치미같은 몇귀절의 시를 나는 더 사랑한다

한여름 무성하고 풍성한 짙은 녹음도 좋지만 다 떨구고 난뒤

푸른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비인 가지들의 슬픈 고백을 나는 더 좋아한다

나는 기름지게 잘 차려진 호사한 고급호텔의 뷔페보다 눈나리는 밤 호호 불어가며

길거리에서 같이 나누어 먹는 막 구워낸 붕어빵 한 마리를 더 사랑한다

답답하게 공간에 갇혀 더위를 이겨낸 에어컨의 퀴퀴한 바람보다는

겨울날 바닷가에서 스쳐가는 한줄기 하늬바람을 나는 더욱 사랑한다

오랜동안 호크통에 담겨 익혀진 진한 향기의 위스키보다

곡물을 발효시켜 얻은 주정에 희석된 무색 무취의 찬 소주를 나는 더 사랑한다

내가 겨울을 진실로 사랑하는 까닭은 어떤 위대한 종교의 설법보다

어떤 유명한 사람의 멋진 강의보다 추운 길거리 모퉁이에 나앉은

한 눈먼 소녀의 깡통에서 울리는 땡그렁 소리를 더 사랑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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