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등지고 허공을 나는 새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8회 작성일 19-12-24 11:15본문
길을 등지고 허공을 나는 새는
매일 가는 길이었다.
까치는 길바닥에 비참하게 죽어있었다
그에게는 길이 허공이었을까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을까*)
부릅뜬 눈가로 한 줄 바람이 스친다
허공에서 상승기류를 탄 것처럼 꺾인 날갯죽지가 시원할 게다
동료들이 떼 지어 날아와 정신 줄 놓지 말라고,
허공은 적어도 나무사이로 난 길이라고
먼발치서 원망해보지만
까치는 꿈쩍 않고 그의 길을 가고 있었다
고막을 찢어놓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길이 열리고 있었다
붉고 푸른 내장이 신비로운 지도책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길을 등지고 허공을 나는 새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어디선가 저를 버릴 것이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장엄하게 노을 속으로 날아갈 것이다
울어대던 새들이 하나 둘 나무 위를 떠났다
(소리가 들렸다)
까치야, 안녕
*인용-조정시인의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