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락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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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락*의 추억 / 백록
너른 바당 대포 큰갯물*
내 삶의 시작 같은
그 개끝
바글바글헌 밥게나 쪼끌락헌 고메기 니껍을 돌 트멍 으슥헌 고망으로 쑤셔놩
한참을 조아리고 기웃거리다 보면
아부지 거시기를 닮은 놈이 낚시를 삼키기도 무섭게
살찐 미꾸라지처럼 꾸물럭거리며 올라온다
대가리째 삼키라는 칼슘의 몸짓인지
물컹한 단백질 육질인지
실한 맛 보란 듯
보나마나 이놈은 비실비실한 우릴 위한답시고 심심찮게 종종 보신을 시켜주던
그야말로 거룩한 희생이었다
기꺼이 제 육신을 뜯어먹어서라도 얼른 어른이 되라는 암시는 어쩜 저 대신 용
이 되어 승천하라는
그 속내는 이 섬의 아방덜 무뚝뚝한 표정을 닮았지만
그런 복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이놈에겐
그나마 하늘의 별 따기 같던
헛 나이를 처먹을수록 밥맛은커녕
거무튀튀한 아랫도리조차
언뜻, 거세기로 읽히는데
그마저 퍽 시원찮은 요즘 따라
그놈이 꽤 궁금하다
보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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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도라치'의 제주 방언
* 서귀포시 대포마을 포구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제주에서나 볼 수있는 베도라치(보들락)
입맛이 살아나도록 내용이 깊습니다
그래서인지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돌틈에서 서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서귀포 어디쯤에 서식할, 그 거룩한 희생?
늘 고향에 맛과 풍속을 전해주신 시인님께 존경을 보냅니다
아울러 저무는 한해, 다음해도 만수무강 하심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보들락 입맛을 알아주시는 분이 계서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임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