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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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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회 작성일 19-12-28 22:47

본문

한라봉 / 백록

때는 바야흐로 기해년 저물녘
화끈한 전화 한 통

‘아주방, 내일 미깡 타래 옵서’
‘아이고 아주망이꽝? 경헙주’

이토록 처형과 매부 사이의 익숙한 방언은
아주 솔직한 화법이다

그녀는 한라산 기슭 돈내코 근처 수천 평 하우스를 경영하는 억척이고
사내는 별 볼 일 없는 도시 외곽 외도에서 빌빌대는 신세고
어쨌거나 그건 그렇다 치고
다음 날 종일을 함께 일했다
그녀는 사장으로
사내는 잡부로

정년퇴직 후
마땅히 하릴없는 사내에겐
그럭저럭 3년째

암 투병 중인 그녀는 제 성질머리만큼 죽도록 벌어야겠지만
아직 멀쩡한 사내는 이 기회를 빌어서라도
섬 밖에 사는 두 아들에게 체면이라도 세울 양
일당 대신 큼지막한 한라봉 두 컨테이너
기꺼이 건지고 싶은 생각 중이었는데
젠장, 봉이면 또 어떠냐며
투덜대고 있었는데

때마침, 웬 청둥오리 두 마리
힐끗거리며 뒤뚱거리며
꺽꺽거리더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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