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으로 오는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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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으로 오는 겨울비
빗소리 밤새 묘연하게 들린다
깊게 잠든 가랑잎에 싹을 피워보려나
이름 모를 귀신들이 거리를 활보하듯
음산하게 찰박거리며 요란한 발걸음 소리
아파트 창마다 출산한 산모의 모유가
흘러넘치듯 뽀얗게 쌓여 흐르는,
순찰을 끝낸 경비원 아저씨 우산 끝에
비렁뱅이 눈물처럼 맴돌며 홀짝거린다
마주 보는 건너편 할머니 추녀 밑
평소 시어머니 성질머리 견디다 못해
꺽! 꺽 울부짖던 며느리 한 맺힌 불협화음
후두가 부어 쏟아내던 불편한 기침 소리도,
온종일 싹 하나 못 틔운 열정이지만
자신의 처지도 내내 잊고 거리를 방황하는
삼신 굿으로 해결 못 하는 긴 겨울 동면을
얼어붙은 흙 속에 포자를 깨우려 한다
그러나 겨울비는 죽은 무덤도 깨우는
오래전 잠든 가랑잎에 끈질긴 숨결을
이승과 저승 간에 부드러운 촉매제가 된다
할아버지 늘어진 어깨 처진 볼에
세월도 잊은 피안에 눈물 같은 우정은
골 파인 주름에 잠시 쌓여 묵힌 회포를
고뇌에 정을 씻어주는 다감한 친구로 머문다
길잃은 노숙자처럼 온종일 방황해도
텅 빈 옛 추녀 끝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은 한결같은 소리는
고향 집 추녀 끝 낙숫물 소리로 돌아온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겨울이 비가 던지는 묘한 선율은 우울한 날들을
담아 내어 지퍼내는 삶의 구석 안쪽까지 파고들어
변하는 겨울을 모습을 생생하게 접하게 합니다.
이런 삶의 이면을 깊이 파고들어
하나로 결부 시켜 놓은 호흡은 우리들의 숨어 있는
슬픔을 흔들게 합니다.
차가움의 겨울이 차비로 뿌리는 거리와
사람들의 사이로 이처럼 음악같은 가락으로
저미어내니 쏴한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도무지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겨울비도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 같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기운도 그렇고,
곳곳에 이로운 점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늘 따뜻한 마음을 느낍니다
주말 건강하시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빌어 드립니다.
다섯별님의 댓글

겨울비로 인하여
끈질기게 여러가지 표현을 끄집어 내셨습니다
이승과 저승간에 부드러운 촉매제하며
감히 제 표현력으로는 상상도 못할
기막힌 시심 이십니다
두무지 시인님 덕분에 때묻지않은 좋은 시
감상하고 가옵니다 꾸벅
두무지님의 댓글

그냥 단어를 늘어 놓습니다
글을 쓸 수록 문맥이 왠지 모르게 산만해져 가는 기분 입니다
좋게 읽어 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열심히 써 보렵니다
감사 합니다
주말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