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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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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심재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0-01-16 04:29

본문

호박꽃  


짙은 회색빛으로 우는 딸꾹질

소리없이 거칠어져

아물지 않은 시간을 품에 안은 호박꽃


누런 꽃잎이 한숨을 벗기며

뼈시린 아픔 기다랗게 고여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철없은 풋내 들녘에 홀로 씨앗을 뿌리고


거친 파도 물결 위를 걷는 울음

깨어날 듯, 피어날 듯, 되살아날 듯

수천 번 수만 번 오르라고 내리락


뭉친 근육의 잔털 서서히 숨죽어

깃 세운 뿔 조각 본능적으로 흩어져

허물벗은 꽃잎 새빨간 가슴살을

하나 둘씩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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