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학교 , 그 이후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시인학교 , 그 이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20-01-20 11:20

본문

시인학교, 그 以後 / 안희선

                               


宗三의 시인학교엔 남아있던 몇몇 시인들이 마시다가

남은 막걸리와, 먼지 덮힌 시집들과

어느 유명 작곡가의 '시를 위한 변주곡'이 있다

그러나 실상, 들어보면 별 감동은 없다

그저 그런 시간의 뼈가 덜그럭거릴 뿐이다

한 쪽 벽에선, 썩은 살들이

멀쩡했던 육신을 회상한다 (미소짓는 초상들)

차라리 지금은 제일 경박한 말이 어울릴 때다

말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시인들, 모두 자퇴하였다


인사동 밤 11시 길 건너 술취한 자동차가

비틀거리며 헤드 라이트를 켠다

휘청이는 빛에 흩어지는 어둠 사이로 간혹 비가 내린다

쏟아지는 느낌표들이 모두 다 바람에 날려 비에 젖고,

길 지나가는 사람들은 살가운 그림자 한 조각 남기지 않는다

그 한 모퉁이, 세상을 닮아가던 늙은 시인의 어두운 신음이

낡은 현(絃)같이 처진 그의 어깨 위에 눌러 앉았다

무가치한 꿈, 이제 그는 자신을 지울 일이 큰 숙제

그가 몸 담았던 세상의 온갖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친다

최후의 절망도 더 이상 그럴듯한 공포는 되지 못해서,

높기만 하던 그의 하늘이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막다른 벽에서 짧은 호소가 잠시 꿈틀대고,

남아있던 마지막 추억이 원고지에 마침표를 찍는다


'모두 썩어질 놈들이야' 하며, 떠들석하니 들어와

새롭게 자리 잡은 풋풋한 푸른 시인들이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호기롭게 한다

그래도 늘 울리는, 시인학교의 그 변주곡은 별 감동이 없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0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0
그래샴 법칙 댓글+ 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03-04
39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03-03
38
厚浦港 댓글+ 1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3-02
37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 02-29
36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2-28
35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2-26
34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2-24
33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2-19
3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2-18
31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02-16
30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2-15
29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 02-14
28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 02-14
27
지옥순례 댓글+ 4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02-12
26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2-12
25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 02-10
24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02-09
23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02-08
2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2-07
21
씨바 댓글+ 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2-06
20
書店에서 댓글+ 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2-05
19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02-02
18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01-31
17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1-29
16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01-24
15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23
14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1-22
13
대리석 댓글+ 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01-21
열람중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1-20
11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01-19
10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1-18
9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1-17
8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1-16
7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1-15
6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1-14
5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1-13
4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 01-12
3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1-11
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1-10
1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1-0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