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 > 창작시의 향기

시마을

버섯처럼 엎어진 초가지붕

지붕사이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스멀댈 때 쯤

나는 왜

그 집으로 마실가고 싶어질까

눈치없게

보리밥에 된장국

김장 담근 알타리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을 때

나는 왜

그 집 초라한 밥상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싶어질까

손주새끼들 오모로로 앞에 앉혀놓고

쥐눈이콩같은 까만 눈동자 또록또록 모아놓고

그 집 할머니의 몇개 남지 않은  이 사이로

보리밥알 툭툭 튀어가며 쏟아내는 옛날얘기

보리밥위에 척척 감아 입으로 욱여넣는 무 김치처럼 잘 익은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피는 얘기

그 집 할머니는 부러 밥짓는 연기를 지붕 더 높이 피워올려

나를 부르는지도 모르지

얘기는 듣는 놈이 많을수록 더 맛이 있거든

나는 오늘도

저녁밥 짓는 연기를 따라

버섯같이 엎어진 초가지붕 속으로 마실을 간다

염치없게

빈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