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 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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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2회 작성일 20-01-21 10:40본문
개펄 안 세상
그래!
그 낙지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는 힘을 다해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가족 같은 수컷이 있고
새끼들도 있었을 터,
추웠던 지난겨울 도시는 화려한 야경과 축제의 밤
그것도 세모로 치닫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땅끝마을은 모든 등불이 꺼져있고
사나운 바람 소리 울고 있었다
물이 축축이 젖어있고,
깊숙한 느낌이 드는 곳
후미진 곳에 이르러 그를 탐색했다
나는 손을 뻗어 미지의 유방을 꼭 붙잡고
애무하듯 매달린다
그 순간 깊숙한 구멍 안에 무언가 계속 흡입하는
주술에 힘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전체 신경이 오싹거리며
물어뜯으며 기어오르는 기이한 촉감은
속 치마 안 부드러운 살갗이 온몸에 밀착되듯
정신도 칼에 찔린 듯 송곳으로 쿡쿡 쑤시는 느낌,
겨울바람이 몽롱한 순간을 깨우고 있었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개펄에 사랑에 밀어는
숨 죽은 듯 떠나는 겨울을 노래할 뿐,
낙지 한 마리와 힘겨루기 사투는 그렇게 끝났다
저 멀리 강가에 꺾인 갈대가 한숨을 쉬며
백사장에 마른 해당화꽃 덤불이
모래 언덕을 넘어 개펄 안 오목한 곳에 신방을 꿈꾸고 있었다.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낙지 한마리가 주는 세상이 무궁무진 하군요
긴장감도 느끼며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개펄 속 세상도 사람사는 세상과
흡사하게 닮아 있는 듯합니다
섬세한 감성으로 빚은 촉감과 정경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다가오네요
올 한해도 날이갈수록 더 좋은시로
창방을 환히 밝히시길 기대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표현이 절제되지 못한 느낌을 올려 보았습니다
늘 좋은 시 펼쳐주셔서 부러움으로 지켜 봅니다
금년에도 변함없는 건필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명절 가족과 잘 보내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