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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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478회 작성일 20-02-01 12:42본문
달과 무덤
곤한 잠에 빠졌을 시골 아침 풍경은
고요한 평원에 눈보라가 순회하듯 사락사락,
잠든 무덤까지 깨우려는 분자의 행렬은
낙하하는 순간 은빛 날개가 반짝거린다
태초에 쌓였던 모습처럼 덮으려나
어제의 창밖 흔적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인적도 드문 산비탈 산소(山所) 풍경은
자연도 하얗게 늘어선 소복에 고개 숙인 행렬들
아직도 동면에 깨어날 줄 모르는 무덤
피안의 세계는 뜨거운 핏줄과 천륜도 잊고
깊어진 땅 설 풍경은 아무런 감각도 없는데
명절이라 하나둘 모여든 남겨진 피붙이들!
잊을 수 없는 사랑 연민의 정은 애끓지만
달빛처럼 고요가 깃든 저승에 세상은
지하에서 얼마나 깊은 밤에 취했길래
밤새도록 음흉한 바람 소리만 쏟아질까
철없던 시절 코흘리개 보살펴주던 손길
정성스러운 누이 정은 유일한 희망이더니
어느 날 깊어진 주름 눈곱도 떼지 못해
새벽 눈보라에 휩쓸려가는 가벼운 눈 송이었고,
겨울이면 가끔 구름 위에 안식을 취하는지,
하얀 가루 가녀린 옷깃과 치마폭 풀어
헐벗은 가지마다 순백의 향기로 오는 당신,
묘지에 소나무 설송(雪松)처럼 우뚝 선 기개를 펼친다
자나 깨나 서로는 닿지 못해 사무친 한을
밤이면 노심초사 달빛은 품 안을 감싸주듯
고요한 미소가 봉분 위를 흐르며 긴 밤을
잠든 영혼과 누리는 전원의 꿈같은 풍경이여!
서로는 밝은 은빛 쟁반에 건배주 한잔 올리는 모습!
보름달과 무덤은 늘 가까운 이웃이니까?
가족도 없어 외로울 저승 생활,
태초에 달빛 전원에 하얀 꽃 눈보라가 휘날린다.
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한한 시간이지만
무한의 글 속
두무지 시인님의 시름과 번민까지
차곡차곡 실려 보내시길요
주말 편히 보내시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요^^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마을>을 떠나려 해도 가끔씩 오시는 시인님의 발길에
그만 멈칫하게 합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시골에 잔잔한 자연 모습을 그대로 그려 보았습니다
가내 평안과 감사를 거듭 보냅니다.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성찰에서 빚어내는 가락은
그만큼 생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과
생과의 사이의 사이에 놓여지는 이 무덤을 통해서
해부 해내는 이 뛰어남은 무엇으로 말 할 수 없는
응축된 힘을 느끼게 합니다.
도무지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 성찰까지는 아니고, 사실을 그려보는데 근접했지만 많이 모자랍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늘 창작게 열심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건필과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연과 가깝게 계시니 그 속에서 일어나는
경계가 한눈에 보이겠습니다
풍부한 감성으로 풀어내신 생의 자락들이
순백의 향기로 오다 은빛날개를 반짝이다
잊을 수 없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네요
촉촉이 젖어 구석구석 잘 둘러 보았습니다
귀한 땀이 열매 맺는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골에 단아한 풍경을 그려 내보면서 지난해 떠나보낸 누이 생각이
잠시 떠 올랐습니다.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담으려 노렸했지만, 시를 쓰는 저의 실력은 많은 한계를 내포하듯 합니다
늘 평안하시고 행운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달과 무덤을 반듯하게 그리셨네요
연과 연 줄줄이
시름과 고뇌로...
정성 들인 글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연의 경외함을 손상시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많이 빗나간 내용을 담았습니다.
늘 이런 수준이고 보니 저의 창작에 열정도 식어가듯 합니다
오신 발길 갚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