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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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회 작성일 20-02-20 11:00본문
유리호롱
어둔 터널에서 유리호롱을 깨트린 적 있다
해-저-海-底-터-널
어릴 때 그곳을 끼어 다녔는데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날 아마 장날에 아버지랑 나무를 내다팔고
새로 산 물건들을 리어카에 헐렁하게 담아 실었을 것이다)
깡충깡충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그만
호롱이 산 물고기처럼 짐에서 뛰쳐나와
바닥에서 깨어지고 만 것이다
천장에서 바닷물이 뚝뚝 듣는 터널 속에서
장렬한 유리 파열음을 내며 깨어져버린 호롱!
마흔 넘은 생을 살면서 아직도
길이 막막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그날 깨트려버린
한 번도 켜보지 못한
호롱 탓인지도 모르겠다
공연히 어둡고 쓸쓸해지는 날이면
나는 슬몃 가슴속 유리호롱의 심지를 돋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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