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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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동피랑
도마에 놓인 한 모의 두부
반듯하게 자세를 잡고 있다
먹으려고
과감히 칼을 들이대어도
저항이라곤 없이
온몸으로 무력을 받아준다
세상에 이런 바보도 없겠는데
칼날이 제아무리 몸속을 지나가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비명도 눈물도 피 한 방울도
보이지 않고
두부 두부 복제만 하는 두부
수천억 개 신경세포를 가진 내 머리도
못하는 생각을
두부는 간단하게 행동으로 옮긴다
칼을 쥐고 덤비던 내가
오히려 두부에게 먹혔다
댓글목록
희양님의 댓글

두부 한모놓고
칼이 들어간 각도 보다 동피랑 시인님의 필각이
더 섬세하고 예리합니다.
두부가 내어준 품보다 시적화자의 내면의 품 그 깊이와 넓이에
빠졌다 갑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누구신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저를 부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초벌이라 더 볼품이 없습니다.
그러나 두부가 쉬어도 버리지 않고 다시 찌개라도 만들어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간이 꽤 걸리겠지요.
희양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