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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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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1회 작성일 20-03-25 08:27

본문



배꽃


석촌  정금용



 

 

저를 그냥 하얀 꽃쯤으로 오해하지 말아요 


따거나 농익어 저절로 떨어진 다음에 알아도 될 수줍은 배꼽 자리를 

굳이 서둘러 들키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기쁜 태생의 고마움을 모르는 배꼽이 어디 있나요


그래서 행여 잊을지 몰라

미리 제 마음을 조금씩 꺼내 보여드리는 거니

살갑게 어루만지려거나 너무 다정한 눈길로 마주 보지 말아요

들뜬 반가움에 닿을 듯한 발돋움도 그쳐 주셔요


자칫 잉태를 기다리는 

제 눈꽃 같은 하얀 마음이 흔들려 갖추어지지 않는 향기 따라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요


새침하게 타고난 제 눈웃음을 

기억의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색다른 의미로 여겨

달 뜨는 밤에는 아예 볼 생각도 하지 말아 주세요


뜬눈으로 뒤척이다 어른거리는 기척이 보이는 들리는 창밖에  

못 본 척 못 들은 척할 수 없어

아무도 몰래 머무른

해맑은 그리움을 꽃같이 드리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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