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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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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0-03-25 21:58

본문

 

계단

 

 

 

저 높은 곳, 나의 거처

한 발 한 발 오를 때 마다

계단이 나를 밟고 간다는 생각,

나를 밟으면서 계단은 상승하고 나는 하강한다는 생각

끝 간 데 없이 추락하다 나는 사라지는 게 아닐까,

저 어둠 속 어딘가에 캄캄하게 파묻혀 버릴지도,

어쩌면,

 

계단이 일부러 발을 걸어 나는

넘어지고 계단에 채여 뒹굴고

아무도 나를 잡아주지 않고

저 아래 계단조차 끝내 나를 뿌리치고 나는 감히

도전도 반항도 못하고

바보 병신같이 빌빌대고, 계단은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형체도 없이 나를

해치워버릴지도 모르겠다

 

늘 한결같이 결연한 오와 열로 무장한 계단

날마다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또, 내보내고

수많은 푸른 열망들이 무릎 꺾으며

오르고 또 내리고

한 숨 쏟아내고

늙고 굽은 허리들이 온 몸 부르르 떠는

저 높은

계단 계단 계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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